산삼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보다

첯발자욱 2009. 4. 27. 12:11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보다

다 때가 되면 가야하는게 하늘의 섭리거늘  아직은 명줄이 남았는지 살아가지고

요즘 못볼걸 너무 많이보고 산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뭔? 소린고 하니 요즘 산에 다니는 인간들이 해서는 안될 짓을 너무 많이하고 다니는 걸

보게되어 하는소리다.

 

예전 심마니들은 산속에 들때부터 몸가짐을 정히하고 산에들면 목욕재계후 산신께 겸손한

마음으로 예를 올렸다.

(이게 아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70년대까지 였을것이다)

 

먹고 살만해 졌다는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런되로 봐 줄만했다.

이때는 목욕재계는 않더라도 최소한 산신께 "좋은 심 한뿌리 뵈 주십사" 며 절은 하고

다녔는데 요즘은 그런것도 없다.

 

그러더니 IMF 이후 시대는 그야말로 "목불견"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여기서 "목불견" 이란 단어의 의미가 뭔지는 내가 학교문턱엘 가보지 못한지라

잘 모르지만 정말 봐주기 힘든 지랄을 하는 놈들을 보고 요 아래 사는 김영감이 자주

써먹기에 나도 함 써봤다.  ㅎ ㅎ

 

암튼 이조말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오면서 그런대로 봐 줄만하여 암말않고 살았는데

이젠 정말 봐주기 힘든 꼴을 너무 자주 보다보니 내가 너무 오래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만해도 그렇다.

머리피도 안마른 새파란 녀석 몇이 몰려 오더니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아 도시락을 까 먹고

온갖 음담패설로 희희덕 거리는데 한 녀석은 엊저녁 술이 덜 깼는지 아님

아침부터 술을 마셨는지 술내가 진동을 한다.

 

그러고도 한참 떠들다 온갖 쓰레기 다 버려둔채 가버린다.

저러고 다니면서도 심보겠다고??.....   

쓰레기 안보이는 눈깔에 심인들 보이겠냐?  에~라이 썩을놈들아........

 

내가 투덜대며 한탄을 하자 옆에 있든 녀석이 내 마음을 달랜답시고

" 형님 시절이 그런걸 어떻하우~

그래봐야 형님 마음만 상하니  그냥 못본척하고 기분 푸시요 잉~ " 한다.

 

" 야!! 이눔아 이게 못본척 한다고 될 일이여~~~ 글고 시방 기분이 풀리게 생겼냐!!  ....."

 박달이 너!!... 니 옆에 있는 검은 봉투 함 풀어봐라 "

 

"예 형님! "

그리고는 누군가 버려두고 간 비닐 봉지를 푼다.

 

이놈 박달나무는 그나마 내 마음을 젤 잘 헤아려주는 녀석으로 올해 나이가 아마????..

한 150 은 된것같다 .

 

"형님  도시락 봉지, 먹다남은 소주병에 다 뜯은 족발 뼈다구가 있는데요? "

 

" 다른건 없나 잘 좀 찿아봐라 "

 

"예.. 가만있자?.....   형님!! 여기 교통딱지 벌금고지서가 있는데요? "

 

"주소가 어케되냐?."

 

" 서울시   @@구  ##동 80번지    김 && 이라고 되 있는데요.... "

 

"너!! 그거 전부싸서  그 자식 앞으로 택배 보냈삐라....... 수신자 부담인거 잊지말고....

에~이 나쁜노무 쉐이들 처 먹었으면 깨끗이 하고 갈 일이지......  " 

 

짜증이 난다.

 

" 아따!! 적송이 니는 뭐 그깐일로 그러냐?  어디 한두번 보는 꼴이냐? 참아라!!! "

 

(적송)이는 내 이름이고 저 친구는 "돌바우"다.

원래는 저 윗동네 살았는데 몇년전 산사태가 나면서 이리로 굴러와 저---  계곡아래

물구덩이에 처박힐것을 내가 온 몸으로 막아 내옆에 자리잡게 해줬다.

 

나이는 나보다 훨~ 더 먹었지만 생명의 은인이라며 친구하자 하여   

맞먹고 지내는 친구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나가 말이여 ~

저 윗동네 살때 워떤 꼴을 본지 아는가? 

 

그때가 아마? ...... 어느 나른한 봄날이 였제~~    

진달래 향에 취해 가물~ 가물~하고 있는데   아 ! -- 워 떤 싸기지없는 잡마니가 말이여

뒤가 급해 똥눌자릴 찿는답시고 주변을 뒤적거리며 주저 앉더니

갑자기 펄쩍 뛰며 일어 나길래  저 자식이 왜 저러나 하고 본께로...

꺽어진 나무가지가 똥꼬를 찔러버린겨~~~

그리고 주변엔 지렁이에 땅거미에 온갖 징그러운 것들이 늘려 있었제...... ㅎㅎ

 

아 ~~ 그랑께로 이노무 시키가  다시 두리번 거리다  날 쳐다 보는겨~

 

내가 이래도 한 인물 하잖는가.

지나가든 산꾼들이  편편하고 바람 잘불고 전망 좋은 곳이라고  잠시 쉬어가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들려주고 하는 잘 생긴 머리통하며 매끈한 내 면상까지 말이여....

 

아 !  근디 이놈이 머리통으로 올라오더니 냅다 엉덩일까고

설사똥을 팍~~ 싸버리는데 아주 패 죽이고 싶더만........"

 

" ㅋ ㅋ ㅋ  그런 일이 있었구먼.."

 

" 나 말이여 그 놈 쌍판떼기 똑똑히 봐뒀으라~

언젠가 이 밑으로 지나기만 혀봐!! 다시 굴러서 콱!!!! 뭉게 버릴겨~~ 그땐 나 말리지 말어~"

 

"ㅎㅎ 알았어 알았어 진정혀~ "

 

세상 차암~~~.....

이자리에 자리잡고 한 200년 살았더니 요즘 와서는 못볼걸 너무 많이 보는거 같다.

공기도 예전 같잖고...... 빨리 죽어야 더러운 꼴 안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