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골프유감

첯발자욱 2015. 7. 25. 22:18

나는 오랜 공직생활을하며 오로지 낚시에 빠져 공휴일은 물론 휴가 심지어는 명절에까지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 낚시만 다녔다.

 

그러다 정년 10년을 남겨두고 명퇴를 한뒤(이 퇴직도 낚시나 실컷 하고싶은 마음이 60%이상이였다)

상황버섯,약초등을 배워 산행하다 이젠 어줍잖은 심마니까지 되어 줄곧 산에만 다닌다.

 

이놈의 취미에 한번 빠지고 나니 40년을 즐겨하든 낚시는 완전히 끊어버렸다

(아내와 함께 하는 낚시라 민물용 낚시보트가 2대나 있지만 고이 잠자고있다.

 이놈을 어디 중고값에라도 팔아치워 등산화라도 한컬레 장만해야할텐데...... ㅎ ㅎ )

 

퇴직후 시간여유가 많아지니 함께 골프나 치려 다니자는 동서의 권유에 따라 골프를 배우기로 하고

골프채 장만에 하얀 백구두아닌 백구두(골프화)까지 장만하여 한동안 골프연습장에가서 개인교습을 받아가며 열심히 배웠다.

사실 공직에 있으며 골프를 친다면 주위의 시선이 곱지않을 시기라 감히 배울 엄두도 내지 못한지라

늦은 나이에 열심히도 했는데....

 

문제는 2달여가 지나면서 산엘가지 못하니 좀이 쑤실지경이였다.

골프장에가서도 저 건너 뒤편의 산을 보면 아~~~ 지금쯤 산엘가면 산삼열매가 빨갛게 익어

이쁘기도 할텐데........

지금쯤 오대산의 상황버섯은 빛갈도 좋을땐데......

완전히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   

그래서 결국은 수업을 빼먹어가며 산엘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 실력이 늘리가 있나  (물론 타고난 체력이 받쳐주니 일반적인 사람들보담 진도가 잘나가는

편이기는 하였으나....)

 

그렇게하여 3개월의 과정을 마치고 나니 이제 그놈의 필드엘 한번 나가야 한다나?

뭐 이런걸 "머리 올린다"고 표현을 하드구만.....

코치와 약속을 잡고도 산에 다니느라 끝내 필드에 한번 나가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나는 옥상에 토마토,고추등 야채를 재미삼아 키우고 있다.

어느해 장마철 바람부는 날에 고추나무가 바람에 쓸어지고 만다.

이걸 뭘로 받혀주나 고심을 하다가

옳커니!!.... 역시 내머리가 나쁘지는 않구먼 ㅎ ㅎ

그러면서 골프가방에 있는 골프채를 모두 끄집어 내어 헤드를 쇠톱으로 모두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고추 지지목으로 받히고 나니 아주 흡족했다.

 

가을철 접어들어 겨울이 돌아와 눈밭에 깊은산을 오르자니 겨울장비는 짐이많아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더욱이 등산로가 아닌 비탈을 타고 다니니 가파른 코스를 넘자면 등산지팡이로는 걸어 당길수있는

처지가 못되고 약하여 뿌러지기 쉽상이다.

또한 멧돼지를 만나면 나를 보호할 호신용 장비도 되어 주어야 하는데 이것 저것 가지고 다닐수가

없다.

해서 궁리하다가 옳커니!!.....

고추 지지목으로 사용했든 골프채를 다시 끄집어 내어 그중 하나를 다시 손잡이(고무붙은 부분)를

잘라 다른 골프채의 헤드를 짜른 부분으로 하여 끼웠다.(물론 끝이 조금 나오게 깊게 끼운다)

이렇게하면    골프채의 아래와 위에 모두 손잡이가 붙은 형태가 되고 윗부분의 손잡이에는

산에서 쓰는 약초용 곡괭이를 기우면 자루가 긴 ㄱ자형태의 등산용 지팡이가된다.

 

이렇게하여 산행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는 감탄해했다.

그 이유는간단하다

 

가볍기가 이루 말할수없이 가볍다.

 

별도의 곡괭이를 가져가지 않아도된다.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수없이 단단(강)하다 . 멧돼지도 지팡이를 거꾸로 잡고(곡괭이 부분을 헤드로...)

골프치듯 한방 날리면 머리통이 깨질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젠 이름도 잊었다만... 가장 긴 골프채로 만들면 길이가 길어 아무리 높은, 가파른 바위도

척!!  걸어당기면 오를수있다.

(이 부분은 어느해 지리산 죽음의 계곡이라는 칠선계곡에서 가슴까지 차는 눈밭에서 그 가파르고

 얼음진 바위를 헤쳐나갈때 함께 산행한 일행들이 보고 이 장비의 우수성에 감탄들 했으니.....)

 

이렇게 만든 지팡이를 산행하다 따라해서 만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웬지 흐뭇하다.

 

무릇 취미란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본인이 즐거우면 그게 가장 좋은것이다.

어떤취미가 고급이고 어떤것은 저급? 이랄것도 없다.

또 남들이 어떤 취미생활을 하든지 평하지도, 내가 하는것을 남들과 비교하거나 내 체면에 어떻게

그런걸........ 할것도 없다.

본인이 미치도록 좋으면 그뿐이다.

 

암튼 이렇게하여 나의 골프는 시작과 함께 종쳐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