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풍찬노숙자와 의뭉스러운 여자

첯발자욱 2020. 10. 5. 20:32

추석연휴...

" 얘들아!!~~ 벌초는 벌초대행으로 했구먼 오지마래이~~ "

 

코로나 때문에 어느시골에 갔더니 붙어있는 현수막내용이다

그런데 코로나 핑게로 고향은 찿지않고 여행지는 미어 터진다고 했지,,,

 

자식보지 못하니 섭섭한 사람도 있겠지만 난 솔직히 명절이라해서 자식들 오는게

더 좋거나 하지는 않다

이유는 단 하나 좀 더 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추석 차례를 지내기가 바쁘게 봇짐싸서 집나갔다

 

지난번의 버섯산행에 아쉬움이 남아 어느 산자락아래 텐트치고 풍찬노숙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 년을 눈여겨 봐 온... 산세가 너무 험하여 수년을 망설여 왔든 산

그 산을 공략하기로 하고 경사도 60도가 넘는 산을 시작부터 500 여 미터를 치고 올라야 능선에 올라설 수

있는 험산을 헉 헉 대며 올라가 능이버섯 자생지가 있을 법 한 지역에 이르러 겨우 능이 몇 송이를 만났다

 

날이 가물어 성장을 멈추고 노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살피며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시커먼 물체가 눈앞에서 움직인다

 

멧돼지인가? 하고 놀라 고개를 들고 보니

40 초반의 아줌마가 웅크린채 뭔가를 채취하고 있다

 

 

산에 갈 땐 혹 멧돼지라도 마주칠까하여 미리 알고 도망가라고 라디오를

크게 틀고 다니는데 그 소리는 이미 50여미터 전방에서도 들었을 테고 내가 가까이 닥아가고 있음도

알았을 텐데 기척도 하지 않고 혼자 그러고 있었든 게다

 

 

이 때의 인간 심리를 보자면.......

뭔가가 이 자리에 있는데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즉 못보고 지나쳐 주기를 바라는 심리일것이다

 

깊은 산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게 일상적일건데

기척도 않고 있다니

참,, 의뭉스러운 여자다

 

서로 봤으면 인사 좀 하면 덧 나나?..

 

암튼 험한 산에 혼자 올라온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디로 올라왔냐고 물어니

대답도 그저 " 저~~~ 리로... " 그러고는 만다

그냥 이 산에는 혼자만 알고 다니고 싶다는 뜻이렸다 고~~얀...

 

그렇게 풍찬노숙자와 의뭉스러운 여자의 조우는 똥 밟은 기분이 되어

찝찝한 기분으로 발길을 돌려 다른 비탈을 찿아 나섰다

 

그렇게 혼자만의 년휴를 오붓이 즐기며

없는 반찬이지만 능이는 데쳐 초고추장으로...

송이는 참기름장으로 먹고

 

 

집에와서 보니 남은게 이것 밖에 없어 아내에게 말했다

 

" 혼자 먹어 미안 혀!! 대신 이건 당신 야식(라면)즐기니 능이라면에

송이라면까지 입맛대로 해서 다 먹어..."

 

그리고 잠결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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