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번만 집에 가고 싶다
/ 원 숙 자
세월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내가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가 될 줄을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내가 살던 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 아주 가는 것이 아니라 가끔 한 번씩 가고 싶다.
머리 수술하고 나서 처음엔 못 견디게 가고 싶어 짐 보따리도 많이 쌌다.
밤에 몰래 옷 보따리를 싸서 들고 나가다가 붙들려 들어온 것도 여러 번이다.
자식들이 힘들어 했었다.
그땐 처음으로 집을 떠나, 오래 있다 보니 오로지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들만 자식이라고 믿고 살던 나는 딸네 집에 얹혀사는 것이 편치가 않았다.
딸은 물론 잘하는 사위가 고맙기는 해도 내 집만큼 편할 리가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옷 보따리를 쌌다.
그리고 매일 집에 대려다 달라고 졸라댔다.
자식들은 많이 힘들었는지 입원이라고 말하고 요양병원에 나를 버리고 갔다.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빨간 날, 자식들은 자주 날 보러온다.
그래도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사흘들이로 면회를 와도 웃음이 나오질 않고 속이 텅 빈 가슴이 되 버렸다.
자식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답도 하기 싫다. 자꾸 서럽고 노여운 생각뿐이다.
꼭 한번 고향에 가보고 싶어서다. 큰 욕심 없다.
내가 태어나서 구십 평생을 살았던 곳, 그곳이 무척 그리울 뿐이다.
집에 가고 싶다는 내말은 모두들 무시해버린다.
속상해 죽겠다.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렸다.
“요것들아, 그저 노망난 노인네라고 취급하지 말거라.
너희도 늙는단다.”
노여움에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러본다.
한스럽다. 옆에 노인들은 자주 찾아오는 자식들이 많아 부러워한다.
나도 안다. 내 자식들이 정이 많아 나에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혼자 지낼 수 없으니 여기 맡겼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걷고 움직였다.
내 스스로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리에 힘이 빠지고 자꾸만 주저앉는다.
다칠까봐서 그렇다고
어느 날부터 돌아다니지 못하게, 팔다리를 침대에 꽁꽁 묶어 버렸다.
기가 막히고, 답답하고,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묶여 있으니 화장실도 갈 수가 없다.
기저귀를 가는 것이 창피해서 오줌을 참았다.
배가 터질 것 같다면서 소변 줄을 채워 버렸다.
차라리 아랫도리를 까고 기저귀 가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
이제는 체념하고 북망산 간 남편 제삿날만 기다렸다.
항상 그날은 아들이 날 집으로 데려가는 날이다.
고향에는 못가도 아들 집에는 갈 수 있을 거다.
어쩌면 남편 무덤에라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남편보고 제발 나 좀 저승으로 데려가 달라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
기다리는 아들은 오지 않았다.
난 속으로 목울음 삼키며 통곡을 했다.
이제는 나를 몇 달 동안 대리고 살던 넷째 딸을 기다렸다.
고것이 와야 날 집으로 대려다 줄 것이다.
그 모진 것은 끝내 나타나질 않는다.
밤이고 낮이고 이름을 불러댔다.
“꼭지야! 꼭지야~. 숙자야! 숙자야~. 왜 불러도 대답이 없냐.”
병실이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난리가 났다.
연락이 갔는지 드디어 날 찾아왔다.
이제는 집에 갈수 있겠다.
그 동안 아들이 와도, 딸 사위가 와도, 손 자녀가 와도 모르는 척 했었다.
아니 너무 속상해서 잊은 것 같다.
손자를 앞세우고 찾아온 딸을 보자 반가워서 얼른 아는 체를 했다.
“아이고 우리 승기가 왔구나.”
날 놓고 가지 말라고 외손자랑 딸 손을 잡고 온기를 전했다.
드디어 집에 갈 수 있을 거다. 오늘은 꼭 대려갈거다.
너무 마음이 놓였는지 아주 깊이 잠이 들고 말았다.
넷째 딸 역시 날 버리고 가버렸다.
아마도 설이 며칠 남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난 손가락 꼽아 가며 설을 기다렸다.
그날은 아들이 꼭 집에 데려갈 것이다.
한 번도 명절에 날 집에 데려가지 않은 적이 없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았다.
설날이 되서야 ‘진안’ 한 동네서 서로 의지하고 살던 시아제랑 함께 나타났다.
반갑고 슬펐다. 울고 싶어도 말라버린 눈물은 나오질 않는다.
시아제도 별수 없는지 눈물만 흘리다가 가버렸다.
모두들 떠나고 난 또 버려졌음을 뼈저리게 아픔으로 느껴야했다.
이렇게 살아서 무엇 할까.
죽기로 작정하고 곡기를 끊어버렸다.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간호사들이 나타나서 콧속으로 호스를 쑤셔 넣더니
주사기로 죽을 밀어 넣었다.
내 맘대로 죽을 수도 없다. 모든 걸 체념해야했다.
세상이 싫어서 벽만 보고 누워있었더니 목이 굳어 버렸단다.
다 싫다.
며칠이 지나고 이번엔 부산 딸. 막내 딸. 넷째 딸이 사위들하고 찾아 왔다.
다리도 주물러 주고 휠체어에 태워서 바깥구경도 시켜줬다.
아마도 사위랑 나타난 걸 보면 날 데려갈지도 모른다.
희망이 생기니 기분도 좋아졌다.
죽기 전엔 하늘 한번 못 볼 줄 알았는데...
아직은 쌀쌀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쐬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사위랑 딸을 잡아야 한다.
이번엔 기어코 따라가야 한다.
넷째 딸 손가락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넷째 사위 눈을 보며 대려가 달라고 마음으로 소리도 질렀다.
오로지 날 데려갈 수 있는 건 넷째뿐이다.
기를 쓰고 잡았건만 힘주어 내손을 빼고 뛰쳐나가더니 영 들어오지 않았다.
고것들 또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난 죽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나 보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건만...
.
.
.
"엄마! 어쩌지 못하는 딸들도 엄마를 남겨 놓고 오는 내내
서로 표현은 못해도 말없이 피눈물을 흘렸답니다.
넷째가 애써 참아가며 엄마께 가지 못하는 것도 엄마의 희망을 줄여 드리고 싶어서 랍니다.
넷째만 나타나면 더욱 집에 가시려고 하잖아요.
아들이 아닌 딸네 집은 불편해 하시면서...
이러는 저희도 하루하루가 마음이 가시밭이어서 피멍이 든답니다.
모시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서 한없이 죄송하고 또 죄송해요.
엄마! 이말 처음인데요.
“영원히 사랑합니다.”
오늘 어느카페에서 이글을 읽었다
눈물이 난다
마음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서글픔일까? 아님......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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