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어느 머슴

첯발자욱 2015. 4. 16. 22:44

강원도 태백준령을 뒤로한 산골마을에 최부자네 머슴 돌쇠는 게으르기 짝이 없어며

술은 또 말술이라.....

어느날 봉평장이 서는 날 장에가서  장뇌삼씨를 사오라는 지엄하신 최부자의 명을 받고

20여리를 걸어 시장에 당도 하였다

 

그날따라 날이 하도 더워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막걸리 한사발을 쭉~~욱 들이켯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 삼씨 한말을 사서 어깨에 질머지고 시장을 빠져 나오다 요기나 할까하고

국수집을 기웃거리다 아침에 마신 시원한 막걸리가 생각나 발걸음을 돌려 선술집으로 향했다

 

한잔....

.

,

,

,

,

,

두잔.

.

.

.

.

.

석잔

.

.

.

.

그렇게 마시다 보니 벌써 말술을 마셨고 해는 뉘엇 뉘엇 서산에 걸렸다

 

이크!!

 

쥔장나리께 혼날것을 퍼뜩 떠 올린 돌쇠녀석 부랴 부랴 삼씨를 질머지고 귀가길에 올랐는데

걷는 폼 좀보소----

좌로 일보 우로 일보 앞으로 이보 하더니 뒤보 일보네....

비틀 비틀 이십리길을 가자니 해는 곧 떨어질 지경이요 걸음은 소금친 미꾸라지 형태라...

언제 도착 할려나 심히 걱정스러운데..

 

이 돌쇠 하는 짖 좀 보소 취했으면 길따라 곱게 갈것이지 딴에 지름길로 가겠다고 깍아지른듯한

산비탈을 타고 넘을 작정인지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하긴.....

맨정신이라면사 저 산만 넘으면 바로 동네니 빠르기도 하겠지...

 

하지만 취한 걸음에 길도없는 산을 넘는다는게 그리 쉬운일인감?

 

그래도 비틀 비틀대며 어느 골짜기까진 잘 갔는데... 그만 벌목해둔 나무걸에 발이 걸려 넘어지며

삼씨자루를 내동뎅이 쳐버렸네

 

 

정신차려 보니 삼씨자루는 벌목한 날카로운 밑둥치에 찔려 터져버렸고.... 

어~메~~ 어쩔것이당가? 이제 죽었구먼........ 쥔장나리 서슬퍼런 모습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날은 벌써 어두워 졌는데 그놈을 쓸어 담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엣따 모르겠다.. 그냥가서 경을 한번치고 말지 ... 하고는 술김에 오기부리며 그냥 귀가길에 올랐것다

 

본래  무식한 돌쇠 삼농사 일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지 삼씨를 그렇게 쏟고 그냥 둘거면 차라리

잘자라게 흩어나 놓지.....아님 한줄로 대강이라도 정리를 해놓든지....

.

.

.

.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가 쥔장나리께 혼지껌이 나고 2년이 흘렀것다

.

.

.

어느 5월초  쥔장나리 뒷산 산소에 다녀올 요량으로 허걱 허걱 산길을 오르는데...

 

 

오잉???? .... 이게 다 뭐다냐?..

 

 

 

 

 

 

으이그~~~~ 이 무식한 돌쇠녀석 !!!

자라지도 못하게 이렇게 팍 쏟아부어 놓다니.....

제대로 살릴려면 하루 품들여 쏚아야 할지경이네... 이그~~~~ 속 터져@@@@~~~